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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요원의 자살은 ‘보안통제권’의 포기이다!
정진홍 | 승인2015.07.25 13:44

  이달 초부터 여·야간 정치권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로부터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으로불법 해킹 여부를 놓고 각종 의혹과 함께 음모를 제기하는 등 밤낮없이 낮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이버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살까지 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을 때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가 언론매체에 그대로 공개되자마자 유서 내용에 대해서까지 또다시 음모론이 등장하는 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다지만, 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직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대테러, 대북공작 활동에 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자료를 삭제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그리고 유서의 행간을 살펴보면 “업무상 핵심적인 내용을 보호하고 지키고자” 자살을 선택한 동기가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처럼 유서에서 밝힌 국정원의 조직 위상과 관련된 핵심 업무는 “고도의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이는 결코 외부에 누설되거나 유출되어서는 안 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것은, 과연 업무상 취급하던 중요한 보안사항을 지키기 위해서 자살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자살하기 전까지 조직 내·외로부터 전해오는 유·무형의 극심한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조직의 보호와 명예는 자살을 통해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 이유는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요원의 자살은 스스로 ‘보안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결국 자살로 인해 남겨진 핵심 정보자료는 타인의 손에 이전되어 지키고자 했던 보안을 더 이상 지킬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보안’은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나 기밀을 누설하지 않으며, 외부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말한다. 핵심정보를 알지도 못하고, 접근할 수도 없다면 지킬 것도 없는 것이 보안이다. 과거 군 복무시절이나 정부의 주요 기관 출입 시 입구에 잘 보이도록 부착한 “보안은 생명이다”라는 구호를 기억할 것이다. 보안의 ’주체’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핵심 업무에 대한 보안은 정보업무의 특성상 ‘일신전속성’이 있기 때문에 생명 없는 자는 보안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가 없다.

  앞에서 ‘보안’을 ‘생명’과 동일시한 구호를 내세운 참 뜻은, ‘보안’은 하나 뿐인 ‘목숨’처럼 다루어야 하며 매우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미이지, 평상시에 목숨까지 내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보요원은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살아있을 때 알고 있는 것을 인내하면서 굳게 지키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정보요원의 진정한 책무라는 뜻이다.

  이번처럼 ‘자살’까지 하면서 조직과 개인의 명예와 보안을 지키고자 했던 충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앞으로는 이번과 같이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정보기관 스스로도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세밀한 검토와 함께, 혁신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법학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업보안MBA 원장

정진홍  phdj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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