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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의 첫걸음<보안단상>사회안전의 첫걸음...사람을 향하는 마음
이병관 | 승인2018.06.20 19:19

<보안단상은 말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스쳐가는 생각'입니다. 떠오른 생각을 가감없이 쓰는 글이고, 보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작업입니다. 독자들께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사회안전의 첫걸음...사람을 향하는 마음

어리숙했지만, 착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인지 낡은 옷을 입는날이 많았고 워낙 내성적이라 말도 어눌했던 친구가 있었다.  많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학년이 올라 학급이 바뀌고 나중에  그 친구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가출을 한 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소식이다. 힘없고 소심했던 약자인 친구를, 학교와, 어려서 철없던 우리는 보호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가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다. 수업 중에 잡담하다가 체벌을 당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고 수업중 도시락을 몰래 먹다가 벌 받고,  칠판앞에 불려나가 수학문제를 못 풀면 벌받고, 수학을 못하는 아이가 하필 수학, 과학, 화학, 물리 등 이과 과목이 잔뜩 있는 날이면 아주 힘든 하루가 되기도 했다.

1등부터 꼴찌까지 성적순으로 게시판에 붙여두기도 했다. 아침 등교길 자신의 반에 들어가서 공개된 등수를 확인하는 순간이 얼마나 낯 뜨거웠었나.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었던 친구들은 무슨 소린지 모를 수 도 있다. 필자만의 경험일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과연 공부를 못하는 게 체벌을 당할 만큼 잘못한 일이었을까. 여기까지는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다.

아버님 뭐 하시노!! 영화 '친구'에 나왔던 대사다.  세간에 히트를 쳐 TV와 사람들 사이에 우스갯 소리로  참 많이 회자(膾炙)되었다.  이 대사가 인기가 있었던 건 아마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시절 쯤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에서는 그런 장면을 보고 들은 바가 있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등록금 납부를 못한 이유로 교무실로 불려 나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을 했다면 과연 어떤 감정이었을까. 영화에서 듣는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말은 재미있는 말이지만, 실제 그런 질문을 받고 공개된 자리에서 말을 해야 하는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잘못도 아닌 등록금 문제로 교무실로 불려갔던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모멸감으로 학교를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분명히 그랬을 아이는 있었을 것이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교육현장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각종 조치들은 학생들의 성격·환경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조치들은 인격의 존중과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다루어야 한다. 교육현장은 절대 전체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에 상처를 받는 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시절 받은 마음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가슴 한켠 깊숙이 응어리로 남아 있게 된다. 한때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은 초등학교 때 등록금을 못낸 이유로 선생님이 벌을 가했을 때 마음 속에 ‘악마’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시기에 어른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무서운 낙인찍기에 다름 아니다 .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애정어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하면 상황에 따라 범죄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범죄학자의 말에 의하면 강력범죄자의 환경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아동학대 경험이다.

전 경찰대 교수이자 현재 범죄심리과학 연구소 소장 표창원 박사는 "같은 환경에 자라도 한 사람은 경찰이 되고 범죄가 되기도 한다. 그게 원래 그 사람이 원래 착하게 악하게 태어나서도 아니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이 영향을 줘서 그렇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고교시절 선생님의 일화가 있다. 고교시절 흡연실을 만들자는 표박사의 말에 교무실로 오라고 하신 선생님은 “너의 정의감이 너무 좋지만 네가 옳다고 믿는 것이 보편적으로 객관적으로 옳은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훌륭한 선생님의 그 말씀 한마디가 그에게 평생의 가르침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고의 범죄심리학자로서 표창원 박사의 현재를 있게 했을지도 모른다.   표창원박사와 탈옥수 신창원은 사랑받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갈라진 것이다

범죄자는 타고 난다고 보지 않는다. 본래의 성격에 어떤 인연을 만나고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배양되거나 억제되는 것 같다.

보안은 범죄예방에 다름 아니다. 범죄예방은 성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청소년들이 사랑받으며 건전한 의식을 갖게 하는데서 시작한다.

얼마 전 학교급식비 납부를 못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학교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필자는 혹시 그 일로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아이가 없기를 그리고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가 없기를 기도한다.

무심코 한 행동 하나, 말 한 마디는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큰 희망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너무 흔해 진부해 보이는 말이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첫걸음은 사람을 향한 관심과 이해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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