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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조사제도 도입, 못 할 이유 없다보안단상(斷想)
이병관 | 승인2016.01.18 11:54

정부는 지난해 ‘사립탐정’을 신직업으로 육성, 지원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하순봉의원에 의해 공인탐정법이 발의된 이후 현재 제19대 국회에서 민간조사업 관리권한을 경찰청에 두는 윤재옥 의원의 법안과, 법무부에 두는 송영근 의원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이병관 보안경영센터 센터장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이번 회기에서도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법률의 정비 등 여러 이유가 한 몫 하겠지만, 경찰청과 법무부 그리고 변호사단체 등 다수의 의견이 상충되어 법안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감독권한을 누가 가지느냐 하는 밥그릇 싸움 이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일정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개인이 자유롭게 탐정업을 운영할 수 있다. 2006년 들어 현행 신고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감독관청(경찰)이 탐정업을 감독하는 방향으로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07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탐정제도는 건전한 사회기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제정을 통해 일부 몰지각한 업체의 불법행위 등 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고 국민들이 양질의 조사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일본의 탐정 산업도 분명 탈도 많고 부작용도 많았다. 탐정업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인식도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정업이 성장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의 노력과 함께 오랜 세월 탐정제도를 함께한 시민들 스스로가 탐정업체에 대한 검증능력을 가질 만큼 성숙한 시장이 조성돼 있고 탐정업체 역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정(自淨)노력을 치열하게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제도가 시행되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권침해의 우려, 개인정보의 오∙남용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정부의 걱정은 십분 이해되기는 하나,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업계 스스로의 자정(自淨)노력으로 충분히 신뢰받는 산업으로 정착될 수 있으리라 본다. 더군다나 현재 발의된 법안 모두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가 아닌가. 허가제로 인해 민간조사업체 설립 초기부터 일본보다 훨씬 두터운 진입장벽을 가지게 된다. 개인이 쉽게 진입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제도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민간조사제도는 일본 탐정업보다 신뢰도와 안정성 면에서 훨씬 뛰어날 수 있다고 본다.

치안정책연구소의 자료(치안정책리뷰 48호,10p)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민간조사업이 합법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4,877억원 규모의 시장이 초기에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한 민간조사업이 일본과 같이 GDP 대비 0.1% 수준까지 성장할 경우 매출은 1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이 같은 장기적인 성장단계에서는 약 14,633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치안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민간조사 합법화 이후 수사 전(前)단계에서 민간조사원과 협력하여 조사할 경우 900여명의 경력이 절약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자료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경찰의 치안업무에 이익이 되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함에도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반국민들의 법률적인 지원부분에서도 민간조사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형사상의 절박한 상황에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사실조사전문가(fact finder)로서의 민간조사원의 역할은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의 실행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을 이루듯 모든 일은 굽이굽이 많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조사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보다는 국민들이 누릴 편익을 어떻게 더욱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 고민하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정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성숙하다.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민간조사업체들이 정부와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시장이 누구에 의해 독점되는 건 아닌지,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은 없는지 불법적인 행위는 없는지 살펴보고 지도 감독하면 된다. 제도 도입에 따른 지나친 우려보다 시장의 기능을 믿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민간조사제도 시행을 더 미상 미루지 말고 유일하게 민간조사 영역이 없는 나라가 아닌, 민간조사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유일한 국가가 되길 희망한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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