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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ED 확산 위한 범죄예방법 "서둘러야"보안단상(斷想)-협업을 통한 범죄예방체계 기반 조성 필요
이병관 | 승인2016.01.22 11:50

겨울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주위에서 성화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는 말에 맞아야 하나 안 맞아야 하나 고민이다. 맞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 병원가기가 귀찮다. 예방주사 안 맞아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추운 겨울 잘 보내는 사람도 있고 맞아 놓고도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예방 주사는 아프기 전에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고 또 아플 수도 있다. 혹시 주사를 맞고도 감기가 걸린다면 어쩌면 예방주사 덕에 두 번 걸릴 감기가 한 번 밖에 안 걸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런데 예방주사를 생각하다 별안간 범죄예방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보안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필자로서는 예방주사를 생각하다 범죄예방으로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보안은 범죄예방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범죄예방은 아무리 잘해도 칭찬받기 어려운 일이다. 발생한 사고를 처리하는 것은 그 성과측정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예방이라는 건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범죄는 계속되고 발생건수는 증가일로다. 보안과 같은 범죄예방업무를 하는 종사자들에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고라도 터지면 ‘도대체 뭐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라는 질타를 당하는 건 일상에 가깝다. 좀처럼 사기진작도 어렵고 의기양양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다양한 위해요소를 모두 파악하고 전부 제거할 수는 없다. 여기가 터지면 저기가 터진다. 살인∙강도 사건이 줄면 폭력∙절도 범죄가 느는가 하면, 성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자연발생한 사이버 위협 등 신종위협들이 끝도 없이 발생하며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각종 범죄들이 증가하며 국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체감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범죄예방은 정부기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사회 각계의 다양한 자원의 활용과 협업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각계각층의 참여와 협력이 있어야만 효과적인 범죄억제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영국 같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회단체, 공공기관 등 지역구성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범죄예방활동이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범죄예방에 관한 통합적인 관리체계와 법∙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또한 언론보도( 한국일보 10월 19일자 )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찰 역시 경찰법 제 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의 직제 임무 규정에 근거해 범죄 예방 활동을 펴고 있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법은 전무한 상황이라 한다.

작년 9월 새누리당의 서청원 의원이 범죄예방기본법(안)을 발의한 걸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발견했다. 이 법안은 범죄예방 및 범죄예방디자인이란 용어 정의와 함께 경찰청장이 5년마다 범죄예방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게 하고 범죄예방디자인 활성화 및 이를 총괄하는 범죄예방공단 설립과 범죄예방자문위원회의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범죄예방강화구역의 지정관리, 위해에 대한 예보∙경보 및 조치에 대해 규정하고 교통안전∙학교폭력 및 청소년 계도활동 등을 수행하는 범죄예방 자원봉사단체의 육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이 법안은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셉테드라 칭함)기법의 확산과 함께 그간 서울시 등 지자체와 기관이 개별적으로 실시하던 셉테드를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한 가지 또 눈에 띄는 제안은 범죄예방 디자인 인증제도의 도입이다. 방법제품, 건축물 등의 설계단계부터 범죄예방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목적이며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일찍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건축자재에 대한 방범 성능 시험∙평가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인증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법안이 치밀하게 검토되어 추진되면 범죄예방디자인의 활성화, 범죄예방자원봉사단체의 육성 등 협업적 범죄예방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효과적인 범죄예방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범죄예방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노력과 결실들이 이 법률의 제정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발휘되고 수확될 것 같은 예감이다.

아쉽게도 제19대 국회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을 치뤄야 하는 정치일정으로 인해 남은 기간 중에 통과는 고사하고 논의조차 더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하고 이미 각 부처에서 분산되어있는 범죄예방활동들을 제정안에 포괄할 수 있는지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치밀한 검토는 당연지사지만, 속도를 좀 내길 바란다. 범죄예방은 국방과 함께 중차대한 국가의 의무다. 또 범죄는 사회를 아프게 한다. 사회환경과 범죄 양상의 변화는 법과 제도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예방에 관한 정책은 선(先)순위로 추진되어야 한다. 범죄가 사회를 더 아프게 하기 전에 말이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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