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단상(斷想)

편견은 위험요소를 판단하는데 장애물

영화 『내부자』 속의 안상구(이병헌 분)는 깡패다.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리고 언론이 유착한 비리행위를 도왔던 깡패 안상구는 더 큰 꿈을 욕망하다 결국 버림받고 그들의 비리를 폭로한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재벌과 언론은 그가 깡패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킨다. 결국 깡패라는 선입견과 편견 덕에 그의 정의로운 고발은 오히려 그를 ‘희대의 사기꾼’으로, ‘파렴치한’으로 깊은 곤경에 빠뜨린다.

메시지가 맞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만약 메신저가 믿을 만하다면 메시지를 혼탁하게 하라. 정치적인 공방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다. 영화 속 장면과 딱 들어 맞는 말이다. 비리의 주인공들은 흠집많은 메신저를 공격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편견’이라는 정서를 잘 활용했고 대중은 진짜 읽어야 할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는 대신 ‘안상구는 깡패다’ 라는 사실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사회생활을 겪으며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 자신에게 가지는 타인의 편견으로 불편했던 적이 있으리라. 학력이 이러니, 경력이 이러니, 어느 지역 출신이니, 등등. 사실 편견을 안 가진 사람은 없다.  우리는 크고 작은 편견을 가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편견은 학습의 산물이다. 지연, 학연, 혈연과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편견은 자연히 학습된다. 어느정도의 편견을 가지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부정적이지 않다면 말이다.

편견은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어느 한편으로 깊게 뿌리박히고 고정된 생각의 경향을 가지는 정서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편견의 형성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다. 가정과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 어떤 형태의 사회에서든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일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적 오랫동안 상호교감했거나, 비록 주관적인 감정이더라도, 자기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타인이나 타지역, 타집단에 비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과 같은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 또는 괴리감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편견은 특정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대단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며,  편견의 대상을 재평가할 만한 의미있는 의견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고 자기의 사고의 오류를 수정함에 인색하다.

이 편견이라는 정서는 어떤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동조될 때 위험하다. 즉 특정대상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이 큰 집단이나 개인의 의견이  그와 다른 의견과 상충될 경우, 다른 의견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을, 다수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편견은 집단화되며 조직화될 수 있고, 그로인해  불안요인이 조성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편가르기'라고 해야 할까.

조직적이고 집단화된 편견은 위험하다. 어떤 현상에 대해 편견이란 정서가 뿌리박혀 있다면 경영이란 관점에선  사고의 유연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현장에서 조직의 '편견'은 한번쯤은 짚어봐야 할 문제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의사결정을 함에 위험판단은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래서 경영자는 항상 냉정하되 유연한 사고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든 일개 부서의 부서장이든 편견을 가지면 위험을 판단하는데 장애요인이 안게된다. 위험요인을 판단함에 있어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에 ‘왜’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편견은 학습의 산물이다. 편견은 하나의 감정이다.  그렇기에 편견의 극복은 훈련으로 학습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보안경영은 모든 경영행위의 전방에 '안전하고자 하는 인식'을 배치하는 것이다. 보안은 위험관리다.  위험관리는 검증된 것이라도 되새겨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편견은 되새겨보는 태도를 방해하는 감정이다. 위험을 다루는 보안인들에게 편견을 의심하는 태도는 두 번 말 할 필요없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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