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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도림(道琳)’을 기억하며.보안단상(斷想)
이병관 | 승인2018.06.20 19:19

스파이‘도림(道琳)’을 기억하며.

십년 전만 해도 칠팔십 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유망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꽤 잘 나가던 지인을 만났다. 요즘은 자금사정으로 때때로 대리운전을 하며 사업을 하는 처지가 됐다.  

사연은 이렇다. 그는 꽤 번성하던 시절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고자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공기업의 간부출신을 소개받고 영입했다. 새로 영입한 임원은 최고의 학벌에 나무랄 데 없는 경력과 취미, 게다가 성격까지 잘 맞았단다. 한두 해를 같이 지내는 동안 일도 일이지만 취미가 같다보니 상하 간의 관계임에도, 가족 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내던 중 새 임원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만류가 만만치 않았던 사업제안을 해왔는데, 주위의 우려를 무시하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불행하게도 감당 못할 부채를 지고 실패하고 말았단다. 친밀함과 사업을 분리시키지 못한 당시의 자신이 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위의 사연을 들으며 맥락은 전혀 다른 스파이에 관한 이야기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琳)’의 이야기다.

삼국시대 최고의 스파이 ‘도림’

고구려 장수왕(長壽王)은 비옥한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당시 백제의 수도이던 한성(漢城)을 차지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승려 도림을 백제 수도를 차지할 여건 조성과 정세를 살피기 위해 위장 잠입시킨다.

도림은 죄를 짓고 도망쳐 온 것처럼 가장하여 백제로 위장 망명했으며 개로왕이 바둑에 빠져있음을 알고 자신의 바둑실력을 이용하여 접근한다. 도림의 실력을 높이 산 개로왕은 수시로 도림을 궁으로 불러 바둑을 함께 두었다. 이렇게 도림은 뛰어난 바둑 실력으로 백제 개로왕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한다. 

개로왕과 바둑을 두며 신임을 얻게 된 도림은 왕에게 백제가 큰 성(城)이 없어 외적의 침입을 당할 우려가 있으니, 큰 성(城)을 지으면 누구도 백제를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고 도림의 말을 믿은 왕은 백성들을 동원해 성을 쌓고 화려한 궁궐을 짓고 한강의 둑까지 만들었다. 결국 무리한 공사로 백제의 재정과 백성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민심은 왕으로부터 이반되었다. 백제의 사정을  도림으로부터 보고받은 고구려는 허약해진 백제를 전격 침공했고  개로왕은 도망치다 붙잡혀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장수왕의 치밀한 계략과 ‘도림’이라는 한 명의 유능한 스파이에 의해 백제는 이렇게 무너져 내렸다.

도림의 스파이 활동을 현대 기업 간의 경쟁에 대입해 보자. 사람을 마음을 얻고 그 신뢰를 이용한 삼국시대 최고의 스파이 사건의 주역 “승려도림”을 산업스파이로, 장수왕을 이 작전을 기획한 불순한 경쟁회사 최고경영자로 가정하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치열한 기업 간의 경쟁 속에서 결코 정당할 순 없지만, 만약 경쟁사 경영자의 ‘코드’에 적합한 인물을 상대 기업의 요직에 위장 잠입시키고 상대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잘못된 판단을 유도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절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본다. 고도화된 기업 간의 경쟁 속에는 충분히 시도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스파이의 세계는 어떤 대상에 “접근”하는 것 그 자체이다.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미인계는 물론 대상의 신념과 사상까지도 닮은 척한다. 산업스파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영자라면 혹시 한번쯤 생각해보자. 혹시 내 주변에 내 시야를 흐리게 하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지. 나와 너무 취미와 생각이 닮은 사람이 있지 않은지. 그래서 친밀한 사람이 있다면 ‘친밀한 관계’와 ‘경영적 판단’은 구분하길 바란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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