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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걷어내는 일이 바로 우리의 소명보안단상(斷想)
이병관 | 승인2016.06.06 19:23

<필자의 보안단상(斷想)은 말 그대로 보안에 관한 생각나는 대로의 짧은 생각입니다. 보안에 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보려는 작업공간입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김승욱, 《무진기행》 중

글이 다른 의미로 와 닿는다... 짙은 안개 속, 도사린 위험이 있다는 생각은 저 멀리 유배된 것처럼 아득했다. 이제껏 그래왔듯 정다운 벗들과 따스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건 당연한 것처럼. 청년의 힘겨운 날은 언제나 노을이 뜰 때쯤 사그라지고,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 벅찬 희망으로 어머니가 차려 준 따뜻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따스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더 나은 내일을 꿈꿨으리라.

지난 달, 열아홉 살 어린 청년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나 홀로’수리하다 무참히 사고를 당했다. 부족한 인원으로 수십 개 현장을 어린 청년을 비롯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나홀로’ 위험한 작업을 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엄격한 안전수칙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위험하지만,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안전수칙에 어긋난 작업지시를 원청에 요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을’이니까. 어린 청년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지 7개월밖에 안됐다. 갓 입사한 19살 청년을 홀로 투입하고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다니, 우리 사회의‘안전 무감각’을 여실히 보여줬다.

안전 앞에 비용과 효율을 내세워 저가 낙찰받은 하도급 업체에 적정인원을 확보하고 2인1조 작업원칙을 준수하라는 매뉴얼은 무슨 말 장난인가. 휴식과 교대와 근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생각이 아닌가. 그들이 말하는 비용절감과 효율은 누구를 위한 절감이고 효율인가. 사람의 안전 앞에 어떻게 자본의 논리가 앞장서는가. 사람을 뒤에 두고 자본이 앞서는 문화에서는 아무리 좋은 안전대책과 매뉴얼도 아무데도 못쓰는 그저 영혼없는 프린트물일 따름이다. 저비용으로 저임금으로 시민의  안전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을 넘어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 솔직히 말해보자.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인가 자신들의 밥벌이 안전을 위해서인가. 고백하라.

“이 사고는 한 개인이 당한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이윤을 위해 생명과 안전쯤은 가볍게 팽개치는 비정한 경제다.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 가슴을 친다. 경영효율화만 강조하는 한, 위험업무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의 안전도 지켜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시설의 안전관리 업무 인력은 직접 고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강한 법적 규정이 답이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영국, 홍콩 등에 시행중인 기업살인법(coperate manslaugter act)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탐욕과 안전불감증으로 무수한 인명이 손상되었다”, “기업과 국가도 사람을 지키고 보호하고 살게하고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며”며 “기업과 국가는 무거운 책임을 인지하고 제대로 일한다는 공공의 신뢰가 있어야 진정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 기업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좋은 기업 살리는 입법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이번 달 15일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공청회 때 어떤 의견이 오가는 지 지켜볼 일이다. 부디 사람을 살리는 좋은 입법이 되길 기대한다.

짙은 안개 속 위험이 사방에 깔린 따스한 봄날.  꿈 많은 어린 청년이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났다. 더구나 몇 시간 뒤면 생일이었는데...어린 아이하나 챙기지 못한 어른들이 야속하다. 다음 날이면 친구들과 생일 케익을 먹으며 환하게 웃었을 어린 청년을 생각을 하면 목이 메인다.

보안은 안전을 지키는 활동 그 자체다. 안전을 담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사람의 안전을 앞에 세워야 한다. 적어도 보안이란 일로 밥먹고 사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 위험은 안개 속에 있다. 이 안개를 걷게 하는 힘은 해와 바람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안개를 걷어내는 일은 우리 보안인들의 소명이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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